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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약수탕을 찾아가는 길
Date : 2024-06-01
Name : 장 선녀 File : 202406012142434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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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듯이

 

달기약수탕을 찾아가는 길

 

  글, 사진. 강병두

  

 

 

잔잔한 호수를 배경으로 세워져 있는 산사, 사계절을 품은 아름다운 경관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곳의 작은 산사에 봄이 왔다. 노승과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소년은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노승은 마땅치 않은 듯 눈을 찌푸리고 연신 고개를 젓고 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며 성장한 소년은 절을 찾아온 소녀와 호감을 나누는 관계가 된다. 사랑이었을까? 이후 절을 떠난 소녀를 찾아, 소년은 노승의 반대에도 속세에 발을 딛는다. 또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속세에서 가을을 맞게 된 청년은 배신한 아내를 죽이고 살인범이 된 신분으로 다시 산사를 찾는다. 죽음을 앞둔 노승은 청년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고, 청년은 산사로 찾아온 경찰에게 잡혀간다. 몇 년이 흐르고, 장면이 겨울로 바뀌며 중년의 남자가 산사로 돌아온다. 노승의 유골을 수습하고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간다. 다음 해 봄, 산사로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아이를 낳고 떠난다. 중년의 남자는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다. 아이는 어린 시절의 소년처럼 개구리와 뱀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장난을 치며 지낸다. 영화는 이렇듯 반복되는 인생의 순환과 윤회를 보여줌으로 끝이 난다.

 

 

이 영화는 고(故) 김기덕 감독이 청송 주산지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소년의 성장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 그리고 상호 관계를 내용으로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영상을 통해 전국에 있는 사진작가들에게 1순위의 촬영지로 꼽힐 만큼 청송을 알리는데 일조 했다. 영화 이전에 주산지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만 전해져 아침에 안개 낀 호수를 볼 양이면 근처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며 좋은 때를 기다려야 했던 추억의 장소다. 지금은 관광명소로 제약이 많다.

 

 

청송에서 달기약수탕을 찾아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외씨버선길’ 1구간으로「주왕산안내센터-용추폭포-금은광이삼거리-달기약수터-소헌공원」을 잇는 총거리 18.5km, 걸어서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또 하나는 청송군청에서 시작해 바로 달기약수터까지 가는 3km 정도의 직선코스로 40여분 걸리는 길이다. 나는 달기약수탕 음식거리로 바로 가는 짧은 코스를 택하여 가기로 한다. 군청을 나서 거리를 걷다보니 따사로운 햇볕으로 직사광선을 받은 건물과 그 광선에 비추어진 건물의 그림자로 인해 이중으로 나뉜 빛의 농도가 분리되어 더 따사로운 정경이 연출된다.

 

 

군청사거리에서 남향 대각선으로 ‘찬경루(讚慶樓)’와 ‘운봉관(雲鳳館)’이 보인다. 찬경루는 1428년(세종 10)에 청송부사 하담이 자연 암반 위에 지은 누각으로, 일설에 의하면 세종대왕의 아들 8명이 외가인 청송 심씨의 시조 심홍부 선생을 위해 건립했다고 한다. 1688년(숙종 14)에 수리하였고, 화재로 타버린 것을 1792년(정조  16)에 다시 세웠다고 한다. 찬경루에 걸려 있는 『찬경루기(讚慶樓記)』에 의하면, “여기서 보광산에 있는 세종의 부인인 소헌왕후 심씨의 시조묘를 바라보며 우러러 찬미한다”라는 뜻에서 누각을 ‘찬경루’라 하였다고 한다. 운봉관은 당시 같이 건축한 객사로, 루의 후방에 자리하고 있다.

 

 

도로를 하나 건너 절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망미정(望美亭)’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망미정은 1899년(광무 3) 당시 군수로 재임하던 장승원이 용전천 변 기암절벽의 자연 바위를 주춧돌로 삼아 건립한 정자로 ‘망미’는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라는 뜻이다. 바로 뒤에는 ‘우송당(友松堂)’이 있는데 조선 고종 때 인물 파평 윤씨 34세손 우송 윤두석 선생이 용전천 강변을 산책하며 자연을 감상하던 곳으로, 그의 손자 윤상영이 그 뜻을 기리기 위해 1931년에 건립한 정자라고 한다. 이들은 도심 속에 자리해 주민들이 집 앞 마당을 산책하듯 거니는 광경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이 삶의 환경에 옛 것이 주는 공간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빠른 걸음으로 가기엔 너무나 짧은 구간이라 초겨울 한적함을 최대한 만끽하며 천천히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한다. ‘월막근린공원’을 지나니 곳곳에 김장하는 주민들이 보였다. 이웃 간에 정다운 대화 소리가 담장을 넘어 거리에 흘렀다. 청송을 가로지르는 ‘용전천’을 벗어나 마을 골목을 누비다 보이는 작은 지류인 ‘괘천’은 물이 흐르는 듯 멈춘 듯 살얼음이 시야를 가려 아래엔 물이 흐르겠지 하고 짐작만 한다. 예전에는 꽤나 성업했을 듯해 보이는 주왕산관광호텔을 지나니 법원이 보인다. 법원 앞 도로가에 자리한 향나무는 수령이 250년, 지정일 기준으로 42년 전에 지정되었으니 이젠 근 300년이 되어가는 중이다. 약수탕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근현대사의 흐름을 모두 보고 간직한 나무일거라 생각한다. 부곡1리와 2리를 가르는 갈림길이 나오고 부곡1리 쪽인 진행방향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멀리 ‘달기약수탕’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달기(達基)’라는 약수터의 명칭은 이곳의 옛 지명이 청송군 부내면 달기동이라는 데서 유례 되었다고 한다.

 

 

관광 안내판에 의하면, 조선 철종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이곳 부곡리에 낙향하여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되었고, 물을 먹었더니 트림이 나오고 속이 편안하여 이후 위장이 약한 사람들이 애용하기 시작하면서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솟아나는 양에 변함이 없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색과 냄새가 없다. 그리고 톡톡 튀는 맛을 내는 탄산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들이 녹아 있어, 예로부터 위장병, 부인병, 피부병, 안질과 같은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년 음력 3월 30일, 마을 사람들은 권성하 공을 기리며 약수가 끊이지 않기를 기원하는 ‘약수령천제’를 지내고 있다.

 

 

 

입구엔 「원탕, 신탕, 중탕, 천탕, 상탕」이 적힌 안내판이 있는데 그 옆엔 아주 깨끗하고 쾌적한 공용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청송군청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다 보면 곳곳에 공용화장실을 볼 수가 있는데, 모두 깨끗하다. 여행가 겸 사진가로 이곳저곳을 다녀보지만 우리나라 공용화장실 만큼 깔끔하고 깨끗한 곳을 찾기가 힘들다. 어릴 적 지저분하고 악취를 풍기던 마을 공용화장실이나 유원지 혹은 버스정류장의 화장실을 떠 올리면 지금 전국에 설치된 공용화장실은 가히 호텔급이라 할만하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달기약수터 원탕’ 푯말이 보인다. ‘원탕’이라는 말의 어감에 끌려 약수로 목을 축여본다. 탄산과 철 성분이 함유돼 물맛이 독특하다. 위장병에 좋다고 하니 한잔 더 청해 마신다. 설탕을 타면 사이다 맛과 비슷하고 이 물로 밥을 지으면 철 성분 때문에 색깔이 푸른빛이 돌고 찰지다고 한다.

 

 

이곳 달기약수터는 닭요리 전문집들로 인해 청송은 물론 전국의 식도락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닭 유통업을 하던 형제가 의기투합하여 30여 년 전 약수 물을 이용한 닭 요리점을 낸 뒤 지금껏 성업 중인 ‘서울여관식당’ 문진혁 사장의 말에 의하면, 철분 함량이 많은 달기약수가 닭의 지방과 잡내를 제거하여 음식이 더욱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되며 위장에 부담을 덜어준다고 한다. 대표 요리로는 많은 이들이 보양식으로 찾는 ‘닭백숙’이 있고, 뼈를 발라낸 닭 가슴살에 고추장양념과 마늘, 물엿을 버무려 석쇠에 구운 매콤하고 담백한 ‘닭불고기’가 있다.

 

 

이외에 주왕산 인근에서 채취한 고사리, 취나물, 더덕, 두릅, 도토리 등을 이용한 반찬과 간이 세지 않아 산나물 고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채비빔밥’, 해마다 가을이면 청송의 적송에서 자라는 자연산 송이를 각종 버섯들과 함께 최소한의 양념으로 향을 살려 조리한 ‘송이전골요리’, ‘송이버섯불고기’가 있으며 청정수질을 간직한 청송에서 채취한 골부리(다슬기)에 각종 야채를 넣은 ‘골부리비빔밥’, 바닥이 넓은 냄비에 골부리와 송송 썬 부추 그리고 버섯을 함께 조려 골부리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골부리조림’, 향토음식아카데미와 향토음식경진대회 등을 통해 청송사과즙을 더한 특재소스로 새롭게 개발한 ‘흑태찜’이 있다. 또 오가피, 엄나무, 숙지황 등 각종 야채를 넣고 우려낸 한약 육수에 삶은 ‘오리보쌈’과 ‘오리영양죽’도 그만이다. 말하자면 손님들의 기호를 파악해 메뉴를 개발하는 편이다.

 

 

‘달기약수탕을 찾아가는 길’은 비록 짧은 여정이지만 초겨울 청송의 따사한 햇살을 받으며 문화재를 돌아보고, 천(川)을 따라 주민들과 한담을 나누며 걸으니 만족감이 배가된다. 길 위의 나무 하나하나가 그랬고, 사람을 힐긋힐긋 쳐다보는 길고양이의 눈길마저도 다정하다. 종착지에서의 음식은 마치 걸음의 보상이라도 되는 양 행복감을 전해준다. 마음먹고 떠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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